같은 무게라도 순도가 다르면 따로 세어야 하는 이유. 14K 18K 재고·순도 구분·금 함량별 관리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귀금속 재고관리 — 무게·순도별 재고와 실사, 분실·오차 잡기.
귀금속프로그램을 들여놓고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게 순도별 재고관리다. 일반 소매업은 품목 하나에 수량 하나면 끝나는데, 금은 같은 반지 하나라도 14K인지 18K인지에 따라 안에 든 금의 양이 다르다. 수량으로 세면 둘 다 '1개'지만, 그 1개가 가진 값은 서로 다르다. 무게로 세도 마찬가지다. 저울에 올려 10g이 나왔다고 해서 그 10g이 같은 10g이 아니다. 순도가 다르면 같은 무게 안에 든 순금의 양이 다르니까, 무게만 적어 둔 장부는 실사 때 숫자가 맞아도 실제로는 맞은 게 아니다. 그래서 재고 항목을 만들 때 무게와 순도를 한 쌍으로 묶어야 한다. 무게 칸만 있고 순도 칸이 없는 장부는, 쓰는 사람이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버티는 장부다. 그 계산은 바쁜 날 제일 먼저 틀린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14K는 585, 18K는 750 각인이 찍힌다. 각각 금 함량 58.5%, 75%라는 뜻이다. 24K 순금은 999, 22K는 916으로 표기한다. 한 돈은 3.75g이다. 14K 한 돈이면 그 안의 순금은 3.75 × 0.585 = 약 2.19g, 18K 한 돈이면 3.75 × 0.75 = 약 2.81g이다. 열 돈으로 늘리면 21.9g 대 28.1g, 차이가 6g을 넘는다. 순금으로 환산하면 1.6돈이 넘게 벌어지는 셈이다. 이걸 '금 10돈'으로 뭉뚱그려 적어 두면, 나중에 어느 쪽이 몇 돈이었는지 되짚을 방법이 없다. 재고는 결국 돈으로 환산해야 하는데 환산 기준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재고는 무게로만 닫으면 안 되고, 순금 환산 무게를 함께 들고 가야 한다. 시세는 순금 기준으로 움직이니, 순금 환산값이 있어야 오늘 시세를 곱해 재고 금액이 바로 나온다.

들어오는 물건마다 각인부터 본다. 585, 750, 999, 925 같은 숫자가 안쪽 밴드나 걸쇠 근처에 찍혀 있다. 여기서 순도 구분이 갈린다. 다만 각인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물건도 들어온다. 오래돼 각인이 닳은 것, 수리를 여러 번 거쳐 다른 땜이 섞인 것, 해외에서 들어온 것이 그렇다. 미국 표기 14K는 583으로 찍히기도 해 585와 미묘하게 다르다. 각인이 없거나 의심되면 실측이 필요하다. XRF 같은 비파괴 분석기를 쓰면 겉을 상하지 않고 성분을 볼 수 있다. 다만 XRF는 표면을 읽기 때문에 도금된 물건은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이건 장비 탓이 아니라 원리가 그렇다. 재고에 올릴 때는 '각인 기준'인지 '측정 기준'인지도 함께 남겨 두는 편이 낫다. 나중에 값이 안 맞을 때 어디서부터 다시 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재질별 재고를 나누지 않으면 실사 때 반드시 엉킨다. 금과 은은 시세 자체가 다르고, 은은 925(스털링)와 999가 또 갈린다. 화이트골드는 사람들이 은과 헷갈려 하는데, 겉이 흰 것은 로듐 도금 때문이고 속은 14K나 18K 금이다. 도금이 벗겨져 노랗게 올라온 물건이 들어오면 은 칸에 잘못 들어가는 일이 생긴다. 도금 제품(GP)이나 골드필드는 아예 다른 칸이어야 한다. 무게로는 금 제품과 비슷하게 나오지만 안에 든 금은 거의 없다. 이걸 금 재고에 섞어 두면 장부상 순금 환산값이 통째로 부풀어 오른다.

다이아나 큐빅이 박힌 물건은 저울에 올린 무게가 금 무게가 아니다. 스톤 무게가 같이 올라간다. 이걸 총중량이라고 하고, 스톤을 뺀 금속 무게를 따로 잡아야 금 함량별 관리가 된다. 그래서 재고 항목에 총중량 한 칸, 알(스톤) 무게 한 칸, 그걸 뺀 금속 무게 한 칸이 필요하다. 순금 환산은 마지막 칸에만 순도를 곱해야 맞는다. 총중량에 순도를 곱하면 스톤까지 금으로 계산해 버린다. 스톤 무게를 정확히 모르는 물건도 있다. 그럴 땐 모른다고 적어 두는 게 낫다. 어림한 숫자를 확정값처럼 넣어 두면 몇 달 뒤 그게 실측값인지 어림값인지 아무도 구분 못 한다.

실사에서 차이가 나면 대개 없어진 게 아니라 어딘가에 있는데 장부에 없는 경우다. 우선 수리 맡긴 물건, 세공 보낸 물건, 위탁으로 나가 있는 물건을 본다. 매장 진열장에는 없지만 매장 재고인 것들이다. 매입 후 등록이 밀린 물건도 자주 걸린다. 손님한테 사들여 금고에 넣어 두고 입력을 나중에 하기로 했다가 잊는 식이다. 반대로 팔았는데 출고 처리가 안 된 것도 같은 크기의 차이를 만든다. 저울 쪽도 본다. 영점이 틀어졌거나, 소수점 자리가 다른 저울 두 대를 번갈아 쓰면 g 단위 아래에서 차이가 쌓인다. 세척 직후 물기가 남은 상태로 단 물건도 조금 더 나온다.

차이를 발견하면 순도 칸부터 확인한다. 대부분의 큰 차이는 14K를 18K 칸에 넣었거나 그 반대인 데서 나온다. 무게는 맞는데 순금 환산만 어긋나 있으면 거의 이 경우다. 무게 자체가 비는데 순도는 맞는다면, 그다음은 날짜다. 언제까지 맞았고 언제부터 어긋났는지 좁힌다. 마지막으로 맞았던 실사일 이후의 입출고만 다시 훑으면 범위가 확 줄어든다. 여기까지 해도 남는 차이가 진짜 확인해야 할 차이다. 이 단계에서야 사람 문제인지 관리 문제인지 볼 수 있다. 순서를 건너뛰고 처음부터 분실로 보면 대개 엉뚱한 데를 뒤지게 된다. 실사 주기는 매장마다 다르다. 매일 마감에 진열장만 맞춰 보는 곳도 있고, 월 단위로 금고까지 여는 곳도 있다. 다만 주기가 길수록 차이가 났을 때 되짚을 구간이 길어진다는 건 어디나 같다.
세공이나 수리를 하면 반드시 로스가 난다. 줄질하고 연마하면서 떨어지는 금분, 잘라낸 조각, 녹이고 남은 것들이다. 이건 없어진 금이 아니라 형태가 바뀐 금이다. 그런데 완제품 재고만 세는 장부에서는 이게 통째로 '분실'로 잡힌다. 그래서 스크랩과 금분도 순도별로 칸을 따로 만들어 두어야 재고가 닫힌다. 14K 스크랩과 18K 스크랩을 한 통에 섞으면 다시 나눌 방법이 없으니, 작업대에서부터 통을 나누는 편이 낫다. 정련을 보내면 회수율이 나온다. 보낸 무게와 돌아온 순금 무게를 그때그때 기록해 두면, 다음번에 스크랩 재고를 얼마로 잡아야 할지 감이 잡힌다. 회수율은 업체와 물건 상태에 따라 다르니 남의 숫자를 그대로 쓸 건 아니다.
무게가 같아도 순도가 다르면 안에 든 순금이 다릅니다. 14K 한 돈은 순금 약 2.19g, 18K 한 돈은 약 2.81g입니다. 합쳐 두면 재고 금액을 낼 때 기준이 사라집니다.
색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눈으로 확정하긴 어렵습니다. 각인(585 / 750)이 기본이고, 각인이 닳았거나 의심되면 XRF 같은 비파괴 분석으로 봅니다. 도금된 물건은 표면 측정값이 높게 나올 수 있어 주의합니다.
총중량과 스톤을 뺀 금속 무게를 따로 기록합니다. 순금 환산은 금속 무게에만 순도를 곱합니다. 스톤 무게를 모르면 모른다고 남겨 두는 게 낫습니다.
순도 칸의 분류 오류부터 봅니다. 그다음 수리·세공·위탁으로 나가 있는 물건, 등록이 밀린 매입, 출고 누락 순으로 확인하고, 저울 영점도 함께 점검합니다.